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2001년 개봉한 한국영화이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들이 20살 성인이 되면서 겪게 되는 관계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한 영화다. 관객들의 요청으로 20년 만인 2021년에 재개봉되기도 했다. 정재은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1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의도와 주요 인물
감독이 대학교를 나온 여성들이 아니라 상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유는 조금 더 사회와 일찍 만나는 인물을 그리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이미지가 여성적인 느낌이라서 고양이를 영화의 소재로 썼다고 한다.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태희(배두나)는 다소 몽상가적 인물이다. 친구들 중 이해의 폭이 가장 넓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인물이다.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혜주(이요원)는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인물로 이기적이다. 친구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인물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지영(옥지영)은 가난을 짐처럼 달고 사는 인물이지만 자존심 강한 인물이다. 온조(이은주)와 비류(이은실)는 유쾌 발랄한 쌍둥이 자매이다. 찬용(오태경)은 혜주를 짝사랑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혜주를 도와준다.
친구들과 고양이 '티티'
인천에서 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온 다섯 명의 친구들. 태희, 혜주, 지영, 온조, 비류. 태희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찜질방을 도와 열심히 일한다. 그녀는 손을 쓸 수 없는 뇌성마비 시인의 시를 타자기로 입력해 주는 사회 봉사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집안에서 태희는 하릴없이 그냥 노는 딸로 인식된다.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혜주는 성공을 꿈꾸는 야심 찬 친구이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직원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취급된다. 지영은 인천 바닷가 근처 낡고 허름한 집을 월세로 빌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그녀는 텍스타일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가난 때문에 좌절한다. 어느 날 지영은 길거리를 헤매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집에 온다. 그리고 고양이 이름을 '티티'라고 지어준다. 쌍둥이인 온조와 비류는 액세서리 노점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섯 명의 단짝친구들이 혜주의 20살 생일을 맞아 클럽에서 만난다. 저마다 가지고 온 선물이 전달되었다. 지영이 내민 선물박스엔 새끼 고양이 '티티'가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수다를 떠는 친구들. 지영이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혜주는 아무나 유학을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돈이 있어야 유학을 간다는 말을 내뱉는다. 가난한 지영은 그 말이 서운하다. 그렇게 생일 파티를 즐기고 난 후 혜주는 '티티'를 못 기를 것 같다고 말하며 지영을 만나 고양이를 돌려준다. 얼마뒤 한 달에 한 번은 봐야 우정이 유지된다며 친구들을 불러내는 태희. 모두 모여 쇼핑몰을 다니며 각자 사고 싶은 것을 구입하지만 지영은 돈이 없어 아무것도 사지 못한다. 혜주는 인상이 굳어있던 지영이 불편해서 한마디 쏘아붙인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놀다가 외박을 하고 집으로 걸어오는 지영. 엠블런스와 동네사람들이 지영의 집 앞에 모여있다. 낡은 집 천장이 무너져 할아버지 할머니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일로 지영은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게 되고 고양이 '티티'를 돌봐달라고 태희에게 부탁한다. 경찰서에 간 지영은 귀찮은 노인네들 죽어서 편할 거 아니냐는 경찰의 비아냥에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결국 지영은 진술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시간이 흘러 지영이 출소하는 날 태희는 아빠의 돈을 훔치고 짐을 챙겨 집을 나온다. 그리고 온조와 비류를 만나 고양이를 잘 길러달라고 부탁한다. 태희는 교도소에서 나온 지영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고양이를 부탁해> 보고 느낀 점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들이 있을 테고 같이 20대를 보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삶을 찾아 도시로 떠난 친구들과 가끔 만나 시간을 보내던 20대. 서로 같은 관심사와 좁은 시선에 갇혀있던 학창 시절에는 가치관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고 서로 경제적 수준이 차이나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떡볶이를 같이 만들어 먹고 사소한 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었던 시절. 20년 전의 영화이지만 현재의 청춘들이 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소재인 것 같다. 사회에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처럼 인식되는 장애인이나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가진 태희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영화 배경음악인 20년 전 인기가요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들으며 불안정했지만 사랑스러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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